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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입 거래처가 단가를 올린다고 할 때, 3년차 셀러가 확인하는 순서

거래처 단가 인상 통보를 받고 바로 판매가를 올리면 손해를 봅니다. 브랜드 3개를 굴리며 제가 실제로 밟는 확인 순서와 협상 전에 준비하는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박셀러 · 발행 2026. 10. 10.

"다음 달부터 단가 올립니다" 한 줄이 주는 압박

제가 스마트스토어 2개, 쿠팡 1개로 브랜드를 나눠 운영한 지 3년째인데, 매년 몇 번씩 겪는 일이 거래처 단가 인상 통보입니다. 보통은 카톡 한 줄로 옵니다. "원자재가 올라서 다음 달부터 개당 300원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이런 연락을 받았을 때는 바로 판매가를 올렸습니다. 300원 올랐으니 500원 정도 올리면 되겠지, 하고요.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 상품이 가격 비교에서 밀리면서 2주 만에 일일 주문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결국 원래 가격으로 되돌렸습니다. 그때는 인상분을 제가 그대로 떠안은 셈이 됐습니다.

지금은 통보를 받으면 바로 답하지 않습니다. 최소 하루는 두고 아래 순서대로 확인합니다.

1. 이 상품이 내 매출에서 차지하는 자리부터 봅니다

같은 300원이라도 상품마다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먼저 최근 3개월 기준으로 두 가지를 봅니다.

하나는 매출 비중입니다. 월 매출의 1%도 안 되는 상품이면 협상에 시간을 쓰는 것 자체가 손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출의 20%를 넘는 주력 상품이면 단가 300원이 월 단위로는 꽤 큰 금액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이 상품이 다른 상품을 끌고 오는지입니다. 저희 브랜드 중 하나는 저렴한 입문 상품으로 유입을 만들고 그 뒤에 묶음 상품이 팔리는 구조입니다. 이 입문 상품은 자체 마진이 거의 없어도 유지해야 합니다. 단순히 상품 단위 마진만 보고 판단하면 이런 연결을 놓칩니다.

2. 인상 사유가 설명 가능한 것인지 확인합니다

원자재가 올랐다는 말은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같은 자재를 쓰는 다른 거래처 견적을 받아보거나, 업계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통보를 받은 사람이 있는지 보면 대략 감이 옵니다.

실제로 작년에 한 거래처가 20% 인상을 통보했는데, 다른 두 곳에 견적을 받아보니 5~7% 수준이었습니다. 그 자료를 가지고 다시 이야기했더니 8%로 조정됐습니다. 견적을 받아두지 않았으면 그냥 20%를 받아들였을 겁니다.

반대로 정말 전체 시장이 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는 빨리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낫습니다. 버틴다고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3. 가격을 올리지 않고 흡수할 여지를 먼저 찾습니다

판매가 인상은 마지막 수단으로 둡니다. 그 전에 확인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문 단위를 키울 수 있는지. 대부분의 거래처는 수량이 늘면 단가를 다시 봅니다. 월 500개 주문을 800개로 올리면서 인상 폭을 줄인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건 재고 부담을 떠안는 거라, 회전이 빠른 상품에서만 씁니다.

결제 조건을 바꿀 수 있는지. 외상 기간을 줄이거나 선입금 비중을 높이면 단가를 깎아주는 곳이 있습니다. 현금 흐름에 여유가 있을 때만 쓸 수 있는 카드입니다.

포장이나 부자재에서 줄일 수 있는지. 저는 한 상품의 박스를 한 단계 작은 규격으로 바꿔서 자재비와 택배비를 동시에 줄인 적이 있습니다. 단가 인상분의 절반 정도가 여기서 상쇄됐습니다.

4. 그래도 올려야 한다면, 올리는 방식을 설계합니다

판매가를 올리기로 했다면 한 번에 올리지 않습니다. 저는 보통 이렇게 합니다.

먼저 브랜드 하나에서만 먼저 올려봅니다. 저는 같은 카테고리 상품을 브랜드별로 나눠 운영하고 있어서, 한 쪽에서 반응을 보고 나머지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2주 정도 지켜보면 주문량 변화가 어느 정도 보입니다.

그리고 올릴 때 가격만 올리지 않습니다. 구성을 조금 바꾸거나 사은품을 추가해서 "같은 상품이 비싸진 것"이 아니라 "구성이 달라진 것"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게 리뷰에서 가격 불만이 나오는 빈도를 꽤 줄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구매 고객에게는 일정 기간 이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쿠폰을 줍니다. 재구매 비중이 높은 상품일수록 이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5. 협상 내용은 반드시 글로 남깁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카톡으로 "다음 분기까지는 이 가격 유지하기로" 같은 이야기를 나눠놓고, 두 달 뒤에 서로 기억이 다른 경우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저는 통화나 미팅으로 합의한 내용을 그날 안에 메일이나 메시지로 정리해서 보냅니다. "오늘 말씀 주신 내용 정리하면 개당 OO원, 적용 시점 O월 O일, 최소 주문 수량 OO개입니다. 다른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한 통이 나중에 분쟁을 막아줍니다.

거래처를 바꾸는 판단은 신중하게

단가가 많이 오르면 다른 거래처를 찾고 싶어집니다. 저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거래처를 바꾸면 단가 외에 따라오는 변수가 많습니다. 불량률, 납기 안정성, 급할 때 대응해주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단가 차이가 10% 안쪽이면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는 쪽이 대체로 나았습니다. 새 거래처에서 초기 몇 달간 겪는 불량 대응과 납기 지연 비용이 그 차이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바꾸기로 했다면 한 번에 전부 옮기지 않고, 일부 물량만 새 거래처에 맡겨 몇 달 돌려본 뒤에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씁니다.

정리하면

단가 인상 통보를 받았을 때 바로 판매가를 올리는 건 가장 손쉬운 선택이지만, 대체로 가장 비싼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상품의 자리를 보고, 인상 사유를 확인하고, 흡수할 여지를 찾고, 그래도 안 되면 설계해서 올리는 순서가 제게는 잘 맞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다음에 같은 통보를 받았을 때 훨씬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매번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